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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RM 파사인사이트리뷰(매거진)

백신 2.0 시대, 콜드체인을 넘어 커머셜 엑설런스 영향력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백신 산업의 물리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영하 70도의 보관 요건, 6주를 요하는 국제 물류, 그리고 환자가 접종을 결정하기까지 넘어야 할 비용의 장벽. 당시 전 세계 보건 시스템이 직면한 병목은 단순한 공급 문제가 아니었다. 콜드체인이라는 인프라 전제 위에 구축된 백신 상업화 구조 전체의 취약성이었다.

지금, 백신 2.0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mRNA-LNP 열안정성 개선과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이 콜드체인의 벽을 허물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엑스앤브이엑스·포항공대가 공동 개발 중인 상온 초장기 보존 mRNA 백신 기술이 미국 ARPA-H 국책과제로 선정되며 주목받고 있다. 3~5년 내에 냉장 트럭도, 숙련된 의료진도 필요 없는 접종 환경이 현실화된다.

그렇다면 물류 장벽이 해소된 이후, 무엇이 시장을 결정하는가.

 

한국 시장의 구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폐렴구균성 폐렴 환자는 2021년 1,063명에서 2024년 1만 1,191명으로 약 9배 폭증했다. 화이자와 MSD의 폐렴구균 백신 점유율 쟁탈전, 사노피와 CSL시퀴러스의 고령 특화 인플루엔자 백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은 넓어지고 있지만, 그 시장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전혀 다른 질문이다.

백신 2.0 시대의 승부처는 유통이 아니라 현장 영업력이다. 한국의 의원 중심 의료 구조에서 환자의 접종 결정은 담당 의사의 한마디로 결정된다. 65세 이상 인플루엔자 접종률이 80%를 웃도는 것은 NIP라는 구조적 장치 덕분이지만, 대상포진·폐렴구균·HPV 등 비급여 성인 백신은 의사의 능동적 권고 없이는 접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바쁜 외래 진료실에서 의사가 2분 안에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신뢰 있는 메시지를 사전에 구축하고 반복적으로 강화하는 것, 이것이 현장 영업력의 본질이다.

HK이노엔이 MSD의 백신 파트너로 선택된 결정적 이유가 이미 구축된 의사 영업망이었다는 사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GSK 파트너십에서 "공고히 구축한 영업망"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제품이 바뀌어도 영업 네트워크의 가치는 지속된다.

 

백신 2.0 시대, 재설계해야 할 커머셜 역량은 세 가지다.

질병관리청 고시와 주요 학회 가이드라인을 선점하는 메디컬-상업화 통합 역량, 어떤 의사가 실제 접종 결정에 영향력을 갖는지를 데이터로 세분화하는 HCP 인게이지먼트 역량, 건강검진센터·요양병원·내과 클리닉을 계좌 단위로 공략하는 KAM(Key Account Management) 역량이 그것이다.

콜드체인은 물리적 인프라였다. 커머셜 엑설런스는 인간 인프라다. 그리고 인간 인프라는, 구축하는 데 훨씬 오래 걸린다.

기술이 평준화된 이후에도 의료진과 환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현장 영향력. 그것을 먼저 설계하는 자가 다음 시장을 갖는다.

 

★ 원문 읽어보기(PIRM KOREA 매거진) : https://www.pirmkorea.com/module/board/read_form.html?bid=tkOAiB&aid=VsB87o&pn=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