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차 비중 확대와 신규 입사자 급감으로 인한 '조직 기억(Organizational Memory)' 단절의 실질적 위협이 다가온다.
제약산업 안에서 조용한 균열이 진행되고 있다. 신규 채용은 줄고, 고연차 비중은 두터워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낮은 이직률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직의 신진대사가 멈추고 있다는 신호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첫 번째 충격은 고정비 증가다. 고연차 인력은 더 높은 급여와 복리후생을 수반하며, 이는 선택적으로 조정할 수 없는 구조적 원가 상승이다. 그러나 재무적 리스크보다 더 근본적인 위협이 있다. 바로 '조직 기억(Organizational Memory)'의 단절이다.
조직 기억은 PPT 몇장의 문서만으로는 담기지 않는다. 특정 거래처와의 신뢰, 시장 위기를 겪으며 내면화된 대응 방식, 베테랑 MR이 전문의와 관계를 쌓는 방식 등 이러한 것들은 사람을 통해서만 전수된다. 신규 인력이 들어오지 않으면 이와 같은 기업의 핵심 기술이 이어지는 일하는 방법 자체가 끊긴다. 베테랑들이 떠나는 순간, 그 기억은 조직 밖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해법을 몰라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하지 않기 때문에 악화되고 있다. "시장이 어렵다", "AI가 대체할 것이다", "경력직으로 충원하면 된다"와 같은 논리들은 신규 채용을 미루는 결정을 합리화하는 데 반복적으로 동원된다. 그러나 AI는 조직 기억을 대체하지 못하고, 경력직 수혈은 단절된 지식 전수 사이클을 복원하지 못한다. 경력직은 즉시 전력이 될 수 있지만, 그들은 이미 다른 조직의 문법으로 형성된 사람들이다. 신규 인력이 조직 안에서 성장하며 체화하는 제약 특유의 감수성과 문화는, 외부 수혈로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신규 인력은 즉각적인 성과를 내지 않는다. 온보딩 비용, 교육 비용, 초기 생산성 저하 등 이 모든 것이 단기 재무제표에 부담으로 찍힌다. 경영진이 채용을 주저하는 이유는 대부분 여기에 있다. 숫자로 보이는 비용 앞에서, 숫자로 잡히지 않는 미래의 손실은 늘 후순위로 밀린다. 그러나 바로 그 판단이 반복될 때, 조직은 조용히 속이 비어간다. 5년 후 핵심 인력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울 사람이 없을 때, 그 공백의 비용은 절감했던 채용 예산의 몇 배로 돌아온다. 채용은 비용이 아니라 보험이다. 지금 들지 않으면 나중에는 가입조차 불가능한 보험이다.
어려운 시장일수록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는 조직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것은 제약산업의 역사가 이미 증명하고 있다. 불황기에 채용을 멈추지 않았던 기업들은 시장이 회복될 때 경쟁자보다 빠르게 치고 나갔다. 반대로 채용을 멈추고 허리띠를 졸라맸던 조직들은 회복기에 오히려 인력 부족으로 기회를 놓쳤다. 지금 채용을 결단하는 것은 단순히 사람을 뽑는 행위가 아니다. 다음 사이클에서 이길 준비를 하는 것이다.
신규 채용은 단순한 인원 보충이 아니다. 이 조직이 앞으로도 성장하고, 후배 세대를 키울 의지가 있으며, 단기 수익보다 장기 생존을 선택한다는 경영 의지의 표명이다. 채용이 멈춘 조직에서 남아 있는 구성원들도 결국 미래를 잃는다. 조직이 기억을 잃기 전에, 지금이 바로 결단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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